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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경제 아이디어 문화/나의생각

[52] 이건 다 내 욕심이야.

by 한 별_ 2025.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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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다 내 욕심이야.


 

 

"그러게 왜 그랬어!!"

 

오늘은 금요일.

기분 좋을 TGIF 이것만, 전화 첫 마디부터 화가 나 뾰족하게 외칩니다.

 

사건은 이랬습니다.

평소 동생이 고쳤으면 하는 버릇이 있었고, 저는 그것에 대해 고치라고 잔소리를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듣는 둥 마는 둥

동생은 알겠다는 뾰루퉁한 한마디를 하고는 입을 닫아버리는 통에,

그래, 내가 뭐를 말하니 라고 생각하며 저도 더이상 말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둘만의 넘지 않을, 나름의 선이었죠,

 

 

그러나 결국 그 버릇으로 인해, 동생의 직장 생활에까지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습하기가 다소 힘들게 일이 꼬여 버렸죠.

그 사실을 알게 된 저는 화가 났습니다.

분명 동생이 저보다 더 난감하고 스스로 화가 날 터인데, 오롯이 동생만의 잘못이 전부는 아닐텐데,

왜 제가 더 화가 나는 건지.

마치 곧 터질 분노의 화산처럼 주체 할 수 없는 분노가 들끓었습니다.

 

'그러게 내 말을 미리 듣지.'

'내가 미리 경고했는데 왜 고치지 않았지?'

등등.

 

나보다 본인인 동생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분노의 화살을 대체 어디에 쏟아야 할지 몰랐습니다.

대체 이 감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왜 화가 나는건지 궁금해 졌습니다.

객관적인 제 3자가 알려줘야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말할순 없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물에 빠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챗gpt를 켰습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냐고. 왜 나는 지금 화가 나는 거냐며 말이죠.

 

그러자 챗 gpt가 대답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화가 나는 건 걱정과 실망이 섞여서 그런 걸 수 있어요. 동생의 행동이 결국 나쁜 결과로 이어졌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초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일 수도 있죠.

 

생각치도 못한 정확한 답변에 저는 답답한 마음을 더 중얼거립니다.

 

"그런데 사람은 언제든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잖아. 근데 나는 누군가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계속 이렇게 화를 내야 하는 걸까?"

 

"사람은 서로 다르니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당연하긴 해요.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도 자연스러운 거죠. 중요한 건 그런 감정을 인지하고 적절히 다스리는 방법을 찾는 거예요."

 

"그럼 나는 어떻게 감정을 다스려야 해? 그리고 뭐라고 얘기해야 해?"

 

"일단 깊게 심호흡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글로 써보는 것도 좋구요.

상대방에게는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면서도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게 좋아요. 처한 상황을 공감하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 보면서요."

 

 

AI 교과서 같은 답변이었지만, 그렇기에 또 흠잡을데 없는 정확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래 심호흡을 하자. 그리고 글을 써보자.

글을 쓰다보니, 결국 깨닿게 됩니다.

이 모든게 내 욕심이었다는 것을요.

 

동생이 내 말을 듣고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길 바라는,

그게 내 뜻대로 되지 않자 화가 난 것이었다는 것을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그 자체를 사랑하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나 둘, 우리만의 잣대를 가지고 상대방을 재단하려 합니다.

남들보다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말 아래에,

결국은 그 사람을 갈기갈기 오려내는 건 본인인지도 모른채로 말이죠.

 

거울을 바라보니, 가위를 들고

울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보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잘라버린 걸까요?

 

 

 

 

내가 옳다고 여기는 길이 반드시 타인에게도 옳은 길은 아니다.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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