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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경제 아이디어 문화/나의생각

[18] 누..누구세요?

by 한 별_ 2025.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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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누구세요?


 

 

사진을 보다가 한쪽을 찢었어

지금 우리처럼 한쪽을 찢었어

난 남자답게 그렇게 널 잊고 싶어서

사진을 찢어버렸어

바이브, 사진을 보다가

 

 

 

여러분은 사진을 잘 찍으시나요?

저는 이제 나이가 들수록 기억이 흐릿해집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어제 먹은 것도 한 일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러다 문득 옛 사진을 보면 그때 당시의 분위기 했던 일들이 파노라마 처럼 떠오르곤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사진밖에 안 남는다" 라는 말처럼, 제 기억이 짧아진 만큼 사진이 오래 갑니다.

이게 바로 사진의 힘인 것인가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사진을 찍습니다.

 

 

그런 제가 어느날 사진첩을 보고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아 내 사진이 없구나."

아니 정확히 말해서 필터로 꾸며내지 않는 제 사진이 없었습니다.

사진 어플 기술이 늘어날수록, sns가 발달할수록 우리는 진짜 나의 사진을 찍지 않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얼굴이 작아보이고, 조금 더 피부가 좋아보이고, 심지어는 눈코입마저,

셀기꾼이라고 할 정도로 사진과 본연의 나의 모습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오래된 10대 때의 제 졸업사진을 보면 그때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어플로 만들어진 2-30대의 사진을 보면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눈코입의 비율과, 피부의 상태와, 분명 더 예쁘게 나왔건만, 그때 느꼈던 감정과 분위기가 전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오히려 이 사진의 표정이 내가 지은 표정이 맞나? 의구심마저 듭니다.

피부만 보정했다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잡티 없는 내 피부가, 눈가 주름 없는 내 표정에서 낯섬을 느낍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부터 저는 꼭 어플을 쓰지 않는 사진을 한장씩이라도 찍어둡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나의 20,30대의 이 순간마저 다른 사람의 모습인것 마냥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기였던 나의 사진을 보고 그리워 하듯이 언젠가 2,30대의 젊었던 나를 그리워 할때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언젠가 나의 사진을 다시 돌아봤을때 그 순간의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를 온전히 느끼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진짜 나의 사진을 남겨놓으세요. 그리고 나중에 문득 찾아보면 느끼실 겁니다.

아 그때 참 재밌었지 라고요.

 

 

 

 

사진이 한 순간에 영원을 포착할 수 있음을 갑자기 깨달았다.

-사진작가, 앙티 카르티에 브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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