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나를 위하여, 건배
"제발 좀 떠나가라 나의 게으름!"
게으름 만큼 달콤한 것이 없습니다. 아침 침대 속 포근함은 왜이리 떨쳐내기 힘들까요.
그러나 우리는 항상 출근을 해야 되고 그 따뜻한 이불 속을 박차고 나와야 됩니다.
추운 겨울 이불을 나와 화장실 앞 거울에 서서 이를 닦을 때면 얼마나 찡그리는지.
남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개운 하다고 하는데 저는 왜 아직 힘들기만 할까요.
물론 제가 저혈압인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만, 사실 그건 다 핑계라는 걸 압니다.
오늘은 일찍 일어나야지.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글을 써야지.
블로그 이웃들 글도 꼼꼼히 보고 열심히 댓글도 달아야지.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면 얼마나 개운 할까?
이런 저런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잠들기를 일쑤, 1월이 다 지나가건만 제 의지로 아침에 일어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왠지 모르게 아직 지나지도 않는 2025 년이 실패한 느낌도 납니다.
그러나 어찌 하겠습니까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을.
그러다 곰곰히 앉아 생각합니다. 내가 그렇게 게을렀던가?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정신없이 일하고, 그 사이사이 블로그 이웃글을 확인하고,
점심도 먹고 사회생활도 하고, 퇴근해서 운동하고, 집안일하고, 블로그 쓰고, 이런 저런 다른 개인부업하고.
주말에도 출근하고 또 같은 일상 반복하고.
생각해보니 오늘도 저는 저를 위해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볼 시간 조차 없었습니다.
하루에 하는 것들이 너무 많고 저는 그것을 다 해내기엔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그만큼 하루가 빡빡하게 돌아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저는 게으른 저를 탓 합니다.
저는 왜 항상 게으르다고 느끼는 걸까요? 왜 열심히 살고 있는 저에게 칭찬 한번 못 해 줄까요?
왜 저는 스스로를 혹독하게 괴롭히고, 일찍 일어나는 남들과 나를 비교 할까요?
아마 이 모든 것은 제가 제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게 비단 저만의 문제일까요?
옛말에 우리 사전엔 '사당오락' 이란 말이 있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하루 4시간 잠자면서 공부하면 대학입학에 성공하고 5시간 자면 대학입학에 떨어진다라는 말입니다.
지금에서야 어불성설로 여겨지는 이 말이, 제 학창시절때만 해도 반 문앞에 크게 적혀있었던 것을 보면 그때의 우리는 스스로를 참 모질게도 몰아붙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대학입학이라는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을 해야 하는건 사실이지만, 5시간 쪽잠만 자고 일어나도 얼마나 하루의 실패감이 느껴지던지요.
아마 그때의 DNA가 우리에게 아직 남아있나 봅니다.
지금도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면 우울하고, 저녁이나 주말에 한숨돌려 쉬고 있으면 왠지 한심해 보이고,
남들보다 적게 갖으면 실패한것 같고, 뱃살에 러브핸들이 보이면 왠지 게을러서 살찐거 같고,
남의 글을 보면 내 글이 부끄러워지고, 연예인의 완벽한 삶을 보면 관리 못한 내 주름이 미워져보이기 시작하니깐요.
급변하는 사회에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우리는 그것을 따라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미디어와 SNS에서는 연신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면 낙오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래서 더 부랴부랴, 가지고 있는 어설픈 곡괭이와 호미를 가지고 사회라는 전쟁터에 나갑니다.
총도, 대포도 없는 우리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뿐이니,
건강한 몸뚱이를 갈아넣고, 젊음이라는 시간을 쑤셔 넣습니다.
아파도 안 아픈척 하고, 슬퍼도 웃습니다.
내 부모가, 내 자식만은 전쟁터를 피해가기만을 바라면서요. 씁쓸한 현실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 하시나요
오늘도 해내지 못한 나를 탓 하셨나요 오늘도 게으른 본인을 미워 하셨나요
생각이 여기까지 들자 저는 혹독하게 대했던 제 스스로에게 미안함이 듭니다.
이 세상에 내 스스로를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이 나 외에 누가 또 있을까요.
오늘만큼은 본인을 미워하지 마시고, 한번만 말해주세요.
한번만 더 포근히 다독여주세요.
그래 오늘 잘했다 게으르게 늦게 일어나 줘서 고맙다.
태어나서 숨쉬는 거 하나가 얼마나 힘드냐
너는 이 치열한 하루 속에서도 또 하루를 버텼다.
네가 버틴 하루로 인해 네 가족이, 네 자식이 하루를 더 행복하게 살았다.
고맙다, 고생했다 내 자신. 넌 잘하고 있다.
그러니 오늘은 푹 잘 자거라.
나는 나 자신이 실패하도록 허용합니다.
나는 나 자신이 깨질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나는 내 결점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레이디가가-
'책 경제 아이디어 문화 > 나의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 나의 인생을 위한 작은 약속 (0) | 2025.01.27 |
---|---|
[11] 평범하지 않은 나도 사랑해 (1) | 2025.01.26 |
[9] 걱정의 뫼비우스 띠 (1) | 2025.01.22 |
[8] 첫눈같은 시작 (0) | 2025.01.21 |
[7] 애증의 술술술 (0) | 2025.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