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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경제 아이디어 문화/나의생각

[59] 어른이 된다는 건

by 한 별_ 202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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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조선시대에 이런 말이 있었죠.

여자는 시집가면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새로 시집갈 장소, 사람에 대해 3년을 보았다고 제대로 본 것이 아니고, 3년을 들었다고 제대로 들은 것이 아니며,

그러니 함부로 말하지 말라라는 총 9년의 시간을 말하는 것이었죠.

그 당시에는 그저 순종적인 여성의 모습만을 강요했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시대에 맞지 않는 이 말이 왜 이리 요즘 생각 나는걸까요.

우리가 어른이 된다는 것, 특히 인간관계에서 말이죠.

 

 

예전에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면 생각과 감정을 모두 내비쳤습니다.

마치 투명한 유리컵 처럼요.

내가 물을 담고 있는지, 달디단 쥬스를 담고 있는지, 쓴 약을 담고 있는지.

내 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훤히 보여주고, 표현했죠.

친구들도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 모두가 그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컵에 장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홀더를 덮기도 하고, 색을 칠하기도 하고, 손수건으로 감싸기도 하고.

그 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아 차리기 어렵게 말이죠.

쓴 약을 담고 있어도 겉으론 웃고 있었고,

달디단 쥬스를 담고 있어도 겉으론 살기 힘들다고 울었습니다.

어른이 되니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인척 연기자가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외로워야 한다고 합니다.

많이 가진 것도 많이 가졌다고 하면 안되고, 약점도 남에게 보이면 안된다고 합니다.

어른의 행복은 고요한 것이란 것을,

어른의 슬픔은 잔잔한 것이란 것을.

나이가 들수록 모두 그러라고 합니다.

 

 

무엇이 맞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어른이 된다는건 조금 더 외로운 과정이라는 것을

점점 나이 듣고 깨달아 가는 중일 뿐입니다.

아, 우리네 부모님도 참 외로웠겠구나. 라고 느끼면서요.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나 봅니다.

외롭고 솔직한 속마음을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면서요.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오늘도 난 어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아무 일도 아닌 듯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아가는 것.

-나쓰메 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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