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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경제 아이디어 문화/나의생각

[99] 삐에로는 날 보고 웃지

by 한 별_ 2025.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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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로는 날 보고 웃지


종종 장례식장에서 이런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보았었습니다.

지인으로 보이는, 혹은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나눠 드시며,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을요.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아니 이해를 넘어서 고인과 가족분들에 대한 무례함으로까지 느껴졌죠.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게 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 분들의 행동이 무례해서도 신나서도 아니었다는 것을,

고인의 가족들이 적막한 장례식장에 더 힘들어 할까봐

즐겁지도 않은데 즐거운 척,

나름의 배려를 다해 빈 슬픔의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죠.

 

정말로 비극의 장례식장에서는 차마 그럴수도 없음을,

외동딸을 먼저 보낸 회사분의 장례식장에서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도 말하지 못하고,

아무도 울지 못하고,

그저 차려진 육계장만 꾸역꾸역 입에 넣었던 그 공간에서 말이죠.

오히려 딸을 보낸 아버지가 찾아온 우리들에게 괜찮다며 웃어 보이는,

그 말못할 심정을요.

 

 

장례식장을 간다는 동생에게 이런 말을 건넵니다.

"00야, 장례식장에서는 웃어야 한대."

 

"아니, 왜? 웃는건 무례한거 아니야?"

 

"나도 어디서 본 얘기인데, 웃어야 돌아가신 고인이 자신이 인생을 잘 살고 갔다고 생각해서 좋은 곳으로 빨리 떠나신대. 오히려 주위에서 울면 자기가 억울하게 죽은 줄 알고, 이승을 떠돈다더라.

깔깔 웃을 순 없겠지만, 가서 울지는 마."

 

 

살면서 한번쯤은 겪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보내는 일,

저는 과연 웃을 수 있을까요.

애써 웃음지어 봅니다.

 

 

 

죽음은 삶의 끝이지만, 사랑의 끝은 아니다.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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