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곳에 사시나요?
"아, 00 이라고?"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동생이 회사에 다녀온 후 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언니, 00 지역이 이상한거야?"
"아, 00? 거긴 왜?"
"아니, 회사에 새로운 사람이 왔는데, 중고등학교가 00 출신이래, 근데 다른 회사 사람들이 안좋게 보길래"
"아, 그 사람들이 왜 그런지는 알겠다. 00 이 좀 거칠긴 하지. 근데 출신이 거기라고 다 그런건 아닌데 안타깝네. 나만 해도 그렇잖아"
"흠 그러게 말이야."
이야기는 즉슨, 회사에 새로운 사람이 왔는데 평소 동네 치안과 분위기가 안 좋다고 유명한 00 출신이었던겁니다. 그 동네를 잘 모르는 동생은 00 에 살아봤던 제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었구요.
물론 00 지역이 전반적으로 낙후되고, 치안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저도 "아 00 이라고?" 라며, 마치 그 사람을 한번이라도 본 것 마냥 추임새를 넣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내가 오만과 편견에 사로 잡혀 있구나'
그래서 다시 동생에게 말합니다.
"00 출신이라고 다 그런건 아니야.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마"
생각해보면 우리는 다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고, 평가를 합니다.
어느 순간 그게 익숙해졌고, 그렇지 않으면 뭔가 이상한 사회가 되어 버렸죠.
회식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00씨, 00 출신이래? 초중고 다 거기서 나왔다던데?" 라든가.
"00 알지? 본가가 00래" 라며, 개인적인 정보가 마치 트로피 마냥 떠돌아 다닙니다.
물론 그들이 00에 살게 된 능력과 노력에 대해서는 비하하는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그만큼 능력과 부를 쌓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을테니깐요.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그것이 누군가를 100% 규정짓는 것도 아니며, 예외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린 마치 브랜드 딱지처럼 00지역에 살았던, 혹은 살고 있던 사람들에 대해서 잘 안다고 규정합니다.
예전에 친구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신 적도 있었습니다.
친구 어머니와 친한 편이어서 거의 친엄마처럼 따르시던 분이었는데, 지방분들에게 호되게 인생경 험을 하시고는 지방 분들에 대한 반감이 어느정도 있으신 분이셨습니다.
어느 날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00야, 지방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에 비해서 좀 쎈편이라고 생각해 나는."
지방 출신이었던 저를 아시고는 조심스레 얘기하셨지만, 그래도 한쪽 마음 구석이 묘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방 분위기가 거칠다는 어느 정도의 사실과 그분의 인생 경험이 이해가 되면서도,
'나는 안 그러는데' 라는 자기 위안도 조금 섞여 있는 감정이었죠.
물론, 그 분은 친구보다 저를 더 사랑해주시고 챙겨 주시는 분이기 때문에, 그저 이런 저런 말을 딸 삼아 넋두리 하신거라는 것을 압니다.
그렇다면, 그저 나는 ‘예외’일 뿐일까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틀을 만들어 둡니다.
지역, 학교, 직업, 배경… 마치 그것만으로 한 사람을 정의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과거의 경험, 사회적 분위기, 미디어가 만들어낸 선입견이 쌓이고 쌓여 ‘일반적인 시선’이 되기도 하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시선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다짐해봅니다.
나 역시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지 않겠다고.
“아, 00이라고?”라는 말 대신,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라는 질문을 먼저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우리 모두가 편견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세상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조금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사람을 판단하려거든 그의 질문을 보라. 대답이 아니라.-볼테르-
'책 경제 아이디어 문화 > 나의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45] 산소호흡기와 지옥 (0) | 2025.03.14 |
---|---|
[44] 0원의 자기계발서 (1) | 2025.03.13 |
[42] 가문의 영광 (0) | 2025.03.11 |
[41] 같은 길을 걷는 사람 (2) | 2025.03.10 |
[40] 완벽한 나 (0) | 2025.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