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증의 나무
우리는 '애증'이란 단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한자 그대로 '사랑애(愛)' '미울증(憎).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갖게 되는 감정을 의미합니다.
마치 '시원섭섭하다' 처럼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의 양가적 감정을 의미하기도 하죠.
저에게 애증의 대상이란 '가족'입니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반대로 또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
그리고 가까이 있고 싶지만, 가까이 있으면 또 서로 상처 받는 사람들.
그렇기에 저희 가족에게는 일정한 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범주를 침범하지 않는 선. 관계를 지키기 위한 선 말이죠.
남들이 보기엔 기이한 관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것도 사랑의 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가족이 TV 드라마 속 모델은 아닐테니깐요.
이러한 애증의 형태는 다른 관계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헤어진 연인과 끝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쉽게 잊지 못하는 상태나
친한 친구가 잘되면 배 아프지만, 그래도 친구가 행복하길 바라는 감정 같은 것들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애증의 마음을 가지게 될 때, 마음 속에 어떠한 짐덩어리가 있는 것처럼
이중적인 스스로의 태도에 환멸을 느끼기도 합니다.
마치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마냥 말이죠.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꽤나 오랫동안 내 마음을 괴롭힙니다.
그러나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 인간의 마음은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마치 잘 컷팅된 다이아몬드가 빛을 받으면 여러 방향으로 빛나듯이,
어떠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인간의 마음 또한 여러 감정으로 표현됩니다.
'애증' 이란 감정도 그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오랫동안 애증하다 보면, 언젠가 결국 애증의 뿌리는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이 깊어 질수록 '증오'도 깊어지는 것이죠.
물론 그게 도움이 되는 좋은 감정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 감정을 느끼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겁니다.
너무 죄책감 들어하지 마세요. 너무 스스로에게 야박하게 하지 마세요.
불완전한 감정의 '나'도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사랑과 미움은 같은 나무에서 자란다-스페인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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