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나는 왜 그들을 미워하는가
"와 진짜? 대박 너무 부럽다"
요새 제 마음은 마치 붕 떠 있는 풍선 같습니다.
회사 일은 딴전이고 애꿎은 주식 창과 통장 잔고만 보기를 수십 번입니다.
그러다 문득 누가 툭하고 건들기라도 하면 펑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은 분노의 패배감에 감싸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들은 우리에게 항상 얘기하셨습니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대학, 좋은 직업, 좋은 사람과 결혼하여 성공한 인생을 살 것이라고.
머리가 조금 자란 지금의 저는 그 말이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기 위한 일종의 선의의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물론 확률적으로 공부를 잘하면 좋은 대학, 번듯한 직업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직업이 좋으면 벌이가 크니 잘 살 가능성이 있다는 그 말씀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지금 인생과 부는 성적순으로 돌아가지 않는 많은 주변 사례들을 보다 보면,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온 제가 바보 같기도 합니다.
사실 그때의 부모님의 말씀은 최선이셨을 겁니다.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가 가수는 딴따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고, 지금처럼 미디어 혹은 다양한 직업이 발달한 시대도 아니었으니깐요.
또한, 지금의 학부모처럼 자식에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 줄 시간적, 자본적인 여유도 없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가장 성공하기 좋은 지름길, 공부를 강조하셨던 거죠.
그런데 좋은 대학도, 번듯한 직장도, 결혼도 한 우리들은 왜 항상 모자란 것처럼 느껴질까요.
제 지인들 중에는 경제에 눈을 빨리 뜬 사람들이 있습니다.
초창기 비트코인이 대박이 나서 이미 은퇴를 한 분도 있고, 요새 핫하다는 엔비디아, 테슬라 등 주식에 넣어 30대에 벌써 20-30억 자산가가 된 사람도 있습니다.
20살 때 알게 되었던 친구는 대학교를 가지 않고 기술을 배워 번듯한 자기 가게를 여러 군데 가지고 있으며,
또 다른 친구는 흔히 말하는 로또 청약이 돼서 서울 한복판에 자가를 마련하였습니다.
그 사람들을 보다 보면 그 용기와 혜안에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오늘 아침도 부랴부랴 출근하는 제 처지가 문득 우울하기도 합니다.
과연 어떤 삶이 맞고 어떤 삶이 틀린 걸까요?
노력했던 제 삶이 맞는 걸까요? 아니면 다양한 방법으로 도전한 그들이 맞는 걸까요?
아마 이 물음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시기란, 내가 갖지 못한 걸 가지고 있는 타인을 보면서 느끼는 불편한 감정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을 솔직하게 시기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아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로 만들 수 있는 그 여유를 시기합니다.
회사 가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저는 일하는 시간보다 내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소중합니다.
회사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저는 한적한 마을에서 글 쓰고 싶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내가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을 수 있는 그 여유가,
그리고 그 여유를 만들 수 있는 자본이 참 부럽습니다.
한편으론 그들이 고맙기도 합니다.
이만하면 됐다라고 스스로 자위하며 삶에 안주하려는 나 자신을 채찍질해주기 때문입니다.
'시기'라는 불편한 감정의 토네이도를 마주하기는 힘들지만,
긍정의 마음으로 마주하면 미래를 그리고 있는 또 다른 제가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화약고 같이 터질 것만 같은 시기 많은 나를 마주하고,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오늘이 우리 인생의 가장 젊은 날,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으면서요.
나는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뒤로 가지는 않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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