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술술술
어렸을 때는 술을 꽤 좋아했습니다. 20살, 술을 마실 수 있다는 합법적인 지위를 갖게 된 후 수많은 별천지가 펼쳐졌습니다. 나름 모범생이었던 저에게 20살이 되자 펼쳐진 것들은 저에게 충분한 일탈이었습니다.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들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하루하루 놀기 바쁜 재밌는 일상들이었습니다.
젊음이라는 무기로 아침까지 마시고 첫 차를 타고 집에 가기를 반복, 집에 들어가면 아침에 일어나신 아버지 와 마주치길 일쑤였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저의 젊음이 이해되시는듯 그저 하하 웃으시기만 하셨습니다.
술이 술을 부르고 주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변기를 잡고 일어나는 날들이 더더욱 많아졌죠.
영원할 것만 같던 재밌는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든 지금의 저는 술을 잘 마시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한 달에 1번, 어쩌면 분기에 1번 마실까 말까 합니다 아마 건강을 잃고 나이가 든 후 깨달은 여러 가지 사실 때문일 것입니다
대략적으로 소주 한 병 알콜 도수 16도 정도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냄새만 맡아도 역한 화학약품인 그 알콜을 내 소중한 몸에 그냥 들이 붓는겁니다. 누가 줘도 사양해야할 그 독한 물질을 저희는 돈을 주고 사먹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술을 먹으면 가장 안좋은게 뭘까요? 그건 바로 당신의 시간이 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먹으면 술이 깰 때까지 정상적인 일을 하지 못하고 그 시간 만큼을 버리게 됩니다. 우리는 인생에 한번쯤은 술을 먹고 그 다음날 숙취가 나서 아무것도 못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병원에 누워있는 시한부 환자들이 바라는 그토록 소중한 하루가, 우리는 술로 인해 사라져 버립니다. 심지어 나아가서는 그 술로 인해 미래의 시간을 당겨 올 수도 있으니, 참 슬픈 결과 입니다.
그 뿐만일까요 술을 먹으면 인간 관계는 사라집니다 어렸을 때 술친구가 좋긴 했습니다. 그냥 만나기만 해도 즐겁고 아무 생각 없이 있을 수 있었으니깐요. 그러나 지금에서야 보니 그 친구들과 아직까지 연락을 하는 건 드문일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각자 살기 바빠졌기 때문이죠. 그리고 술이 없는 지금 그 친구들과 할 수 있는 일들이 없습니다. 그때는 술로 이어진 사이였다면 맨정신인 지금은 삶과 관심사가 달라진 이유죠.
어떤 사람들은 술로 인해서 비즈니스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술을 잘 마셔야만 내 평판이 좋아지고 고급 정보를 얻을수 있다는 거죠. 저는 묻습니다 술이 있어야만 고급진 정보를 주는 사이라면 그사람은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요 ?
그 고급 정보를 당신의 관 속에서 들을 수도 있다면 그 정보는 과연 좋은 걸까요
저는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술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 자리를 잘 즐기지 못하는건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더 재밌는 농담을 던지고 누구보다도 더 즐겁게 보냅니다.
제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평판이 나빠질까요?
글쎄요 멀쩡한 제 정신으로 술 뒷정리까지 다하니 오히려 더 고마워 평판이 좋아지더라구요
그리고 제 주변인들 중에는 회사 상사포함 누구도 술을 강요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니 제가 그런 좋은 분들을 곁에 두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경험상 술을 권하는 사람치곤 제 인생에 도움이 됐던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술을 권했던 선배는 평판이 안좋아 좌천되었고 권하지 않았던 선배는 아직도 제게 좋은 인생멘토가 되었습니다.
적당한 술이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관계를 유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한 두 잔의 와인이 조금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 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항상 과도한 것은 독이 됩니다.
매일 마시는 맥주 한캔이 주말 마다 달리는 소주 한병이. 돈으로 살 수 없는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조금씩 뺏어 가니깐요.
오늘도 한잔 기울이려 하셨다면 주말까지 잠시만 멈춰보세요.
주말에 달리려 하셨다면 그 다음날 새벽에 일어날 약속을 만들어 보세요
아마 술을 덜하는 만큼 더 새로운 관계가,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실겁니다
술이란 처음 마시기 시작할 때는 양처럼 온순해지게 하지만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워지게 하고 거기서 더 마시게 되면
원숭이처럼 춤추고 노래 부르게 한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 마시면
토하고 뒹굴며 형편없는 괴물이 되어 돼지처럼 추해진다.
이것이야말로 사탄이 사람에게 준 선물이다.
악마가 인간들을 찾아다니기 바쁠 때는 대신 술을 보낸다.
-술의기원,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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