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치지 못할 편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편지를 쓴다면 무슨 말을 써서 보낼까요.
잠시 생각하다가 써내려 가 봅니다.
To. 과거의 한별.
안녕. 과거의 나야.
지금은 2025년 4월 어느 봄날이야.
벚꽃이 활짝 피고 있는 지금인데도, 날씨는 조금 쌀쌀하기도 해.
봄이 오기엔 아직 부끄럽나 봐.
지금의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고, 어느덧 이 곳에서 일한지도 10여년이 되었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했고,
돈도 벌기 위해 일도 열심히 했고,
또 살다보니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됐어.
지금은 그런 사람들과 인생을 부대끼며 같이 살아나가고 있어.
거창하게 이룬건 없어서 아직 엄청난 행복이라 말하기엔 이르지만,
또 이런게 모여 행복이 되는건 아닌걸까? 라고 감히 생각하기도 해.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네가 지금 있는 그 어두운 터널은 언젠가 끝난다는 거야.
지금 저 끝에 있는 흐린 빛 하나만을 보고,
보이지 않는 벽을 더듬거리며 앞으로 힘들게 나아가고 있지?
가끔 넘어져 쓰러지기도 하고,
더러운 곳에 빠져 온갖 흙탕물이 묻기도 하고,
어쩌면 지쳐 쓰러져 울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넌 언젠가 그 터널을 벗어 날거야. 내가 장담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는 걸까?
내가 잘못인게 아닐까?
모든걸 놔버리고 싶다.
이런 생각도 하고 있었지?
그럼에도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못하는 건,
그래도 아직 안가본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기대를 하고 있는 넌.
그래, 넌 대단한 사람일거야.
지금의 나도 다신 하지 못할만큼.
가난도, 슬픔도, 불행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그 순간들,
네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넌 분명 지금의 나를 만나게 될거야.
기다릴게. 얼른 와.
살다보면 누구나 바닥이 있습니다.
바닥에서 울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또 인생을 놔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런 순간이 과거일수도, 현재 일수도, 혹은 미래 일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런 순간을 완벽히 피할 수는 없지만,
한가지 중요한 것은 그런 순간 또한 지나간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깊은 바닥일 지언정 말이죠.
처음으로 부치지 못할 편지를 적어봅니다.
바닥에 있던 과거의 나 자신에게 말이죠.
여러분도 부치지 못할 편지가 있나요?
오늘 조용히 편지를 적어 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글을 쓰는 건 과거의 나를 만나 위로하는 일이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작가 정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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